간밤에 돈이 빈다며 영수증을 죄다 꺼내들고 일일히 맞춰보는 삽질을 하느라 잠을 설치긴 했지만(그냥 착각이었다-.-), 어떻게든 9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은 뉴욕레뷰쇼가 있는 날. 사쿠라대전 V를 정말 '재미없게' 플레이했고 엔딩을 보면서 오만 욕을 다 하던 내가 이 공연을 보러 오게 될 거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지만.
같이 공연을 볼 정우형(=귀축형)과는 10시 30분에 센다가야(千駄ヶ谷)역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일찍 원룸을 나왔다.
뭐 이때쯤 거의 체념한 상태이기도 했지만, 어제 밤새도록 퍼붓고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흠뻑 젖었던 신발이 채 마르기도 전에 나는 다시 빗길을 걸어야 했다.
오쿠보(大久保)에서 츄오(中央)선을 타고 센다가야로 향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워서 약속장소인 센다가야역 개찰구 앞에 도착하니 겨우 10시였다. 이렇게 빨리 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평소 같으면 이시간에 공연장에 한번 다녀와본다던가 하겠는데 오늘은 비 때문에 밖으로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역 안에서 정우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구가 하나밖에 없는 센다가야 역 개찰구 앞에서는 뉴욕레뷰쇼를 보러 온 듯한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원래 우리가 약속을 해놓고 제시간에 만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아니나다를까 30분이 지나도 정우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음 이번엔 형이 늦을 차롄가..?
사실 정우형이나 나나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탓에, 여행 직전까지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질 않고 있었다. 세부적인 계획은 커녕 언제 어디서 만날지조차 출국 하루 전에야 정할수 있었고..-.- (정우형은 그때까지 공연장소인 신주쿠 청년관이 어딨는지도 몰랐다!!!)
10시 45분 쯤 정우형의 모습이 보였고, 어제 술마시고 9시 30분에 일어났다는 정우형과 함께 신주쿠 청년관홀을 찾아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지도 및 최단루트를 출력해 왔기 때문에 찾아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나의 계획은 언제나 완벽을 추구한다. 완벽하게 빗나가서 문제지만.
청년관 앞에 도착하니 이미 개장시간이 지나서 긴 행렬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악수회 같은 건 열리지 않았는데, 원래 뉴욕레뷰쇼에 악수회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있다 하더라도 오늘은 비 때문에 악수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참을 기다려 청년관 안으로 들어가 일단 상품 판매열에 줄을 섰는데, 이 줄이 조금 묘해서 한번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매점은 1층에 있음..) 복도를 한바퀴 돌아서 1층으로 내려왔더니 다시 아까 올라갔던 계단으로 줄이 이어져 있었다. (정우형 & ME: 뭐야 이게!!)
무슨 김전일에나 나올듯한 트릭 같은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공연 시작을 5분 남기고서야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리긴 했는데, 뉴욕레뷰쇼의 상품들은 하나같이 괴이한 센스의 디자인을 뽐내고 있었기에 솔직히 사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넥타이 정도?
정우형은 가방이 필요했다면서 숄더백을 구입했는데, 난 결국 팜플렛과 브로마이드 세장만 사들고 객석으로 향했다.
청년관에 도착
일본청년관 앞에서. 그다지 특색은 없어보이는 건물.
쏟아지는 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입장을 앞두고
자리에 앉아 구입한 팜플렛을 펼쳐보는데, 팜플렛 뒷장에 낮익은 얼굴이 보였다.
...............타케다? 아니 뉴욕에 왠 타케다가?
설마 뭐 '감수' 같은 스탶으로 나온 거겠지 했는데 한장 더 넘기자 CAST 소개에 다른 출연진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는 '베로무쵸 타케다'
헉 정말로 나오는 거잖아. 작년 가요쇼에서 뜬금없이 브라질로 떠난 건 이걸 위한 복선?
이날 공연 내내 서니사이드는 '서프라이즈!' 를 외쳤는데 우리는 공연도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서프라이즈였다.
팜플렛에 등장한 타케다씨. 프로필을 보아하니 아예 '베로 타케다' 로 개명하신듯?
약간의 기다림 뒤에 객석을 통해 히로이 오지. 아니 폭탄머리의 '오지 심슨' 이 등장했다. 아까 시작 5분 남기고 상품을 구입했다고 했는데, 그때도 우리 뒤에는 한참 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중 코스프레를 하신 몇분이 히로이와 함께 조명을 받는 바람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히로이가 등장한 뒤 곧 제미니가 무대로 나와서 구석에 서 있는 히로이에게 여기가 센터라며 가운데에서 이야기하라고 하는데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미친듯이 웃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게 그렇게 웃긴가? 라며 살짝 의아해 하는 나에게 정우형이 이건 작년 레뷰쇼 마에세쯔의 패러디라고 귀띔해주었다. 작년에는 상황이 정반대였다는 것.
둘이서 몇마디 주고 받다가 파치스로 얘기가 나왔는데, 계속해서 사미에 대해 언급하더니 아예 대놓고 PS2판 CR 사쿠라대전의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로비에 있던 파치스로 게임기는 이걸 위한 거였나. 히로이는 '그래 지금 선전하는 거야!' 라고 말하기도..
가요쇼 때 게키테이 강좌가 있었던 것처럼 레뷰쇼에서는 제미니의 '빵야(バキューン) 강좌' 가 있었다. V의 유명한 摩天楼にバキューン!! 포즈를 다함께 하는 것이었는데, 뉴욕레뷰쇼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는 노력은 좋지만 조금 약한 느낌.
제미니와 히로이가 퇴장한 뒤 서니사이드의 '인생은 엔터테인먼트!!' 라는 멘트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등장하는 서니사이드, 플럼, 안리. 처음으로 원페어가 한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들이 함께 부른
'Love Is' 와, 뒤이어 무대에 나타난 스타 파이브의
'ここはパラダイス' 가 이어지며 제 2회 뉴욕레뷰쇼의 막이 열렸다.
언제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스포일러 가득한 감상
...15, 16일 낮공연 한정으로만 출연하신 플럼 역의 아소 카오리씨는 단연 돋보였다.
내가 이날 낮공연을 택한것도 물론 카오리씨 때문.
6월에 마흔 살이 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외모, 몸매, 댄스!! 한정으로만 나오시게 된 것도 다른 공연의 출연 때문이었는데(연출인지는 모르겠는데 서니사이드가 이거가지고 계속 태클을 걸었다. 어쩔줄 몰라하는 카오리씨..) 여러 무대에서 왕성히 활약 중이신 듯 했다.
...신곡 보다는 기존의 곡들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제 2회 공연이고 아직 레퍼토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5월의 부도칸 라이브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부도칸 쪽의 음향설비가 안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같은 노래인데도 부도칸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려오는 노래들도 있었다. (립싱크가 아닌가 할 정도로..)
...부도칸 때도 느꼈지만 호시구미 5인방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리카리타였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춤이나 가창력은 나머지 멤버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그 모든 걸 커버하고도 남는 박력이 사이토 아야카쨩에게 있었다. 똑같은 동작 하나에도 기합이 팍팍 들어간 아야카쨩이 어찌 그리 예쁜지.
...사쿠라대전 홈페이지에도 공지된 바 있었는데, 요코야마 치사씨와 히다카 노리코씨가 영상출연하셨다. 난 뭐 둘이서 만담이나 하다 들어가시겠지 생각했었는데 이게 왠걸 제미니와 셋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곡목은 '
花雪洞'
다 좋았는데 대형 스크린에 비친 히다카씨의 주름이 너무 선명해서 가슴이 아팠다..ㅜㅜ
가메하메파
...우리 말고도 한국에서 공연을 보러 오신 분이 있었는데 정우형도 부탁을 받아 표를 구해주긴 했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막간의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함께 그 쪽 좌석으로 찾아가 보았는데, 놀랍게도 묘령의 여성분이었다.
뉴욕화격단을 가장 좋아한다던 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는데(이야기는 정우형이 다했고 난 맞장구만 쳤다) 아 정말 이바닥에 빠져드는 건 남녀노소가 따로 없구나..
...정우형과 뉴욕레뷰쇼 얘기를 하다보면 형이 항상 극찬하는게 서니사이드 역의 우치다 나오야씨였다. 나야 작년 공연을 안봤으니 그때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는데 오늘 공연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무대 흐름이 조금 쳐진다 싶을 때 분위기를 급반전 시키는 능력은 뭐 군계일학..
...이번 공연 최대의 서프라이즈였던 타케다씨. 이번에도 어김없이 살신성인 몸개그를 작렬하셨다. 입국관리국 씬에서의 '아임 브라지리안!' 이라던가 이와모토 타츠로씨를 보더니 '어 너 유사쿠 아냐??' 라고 외치는 장면은 서비스.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들이 한명씩 나와서 인사를 할때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사람은 바로 타케다씨였다.
...올해의 공연은 최근 발매되고 있는 OVA시리즈 '뉴욕 뉴욕' 의 스토리와 연관이 있는데 그 덕분인지 신지로의 엄마 후타바 역의 카사하라 루미씨도 출연하셨다. OVA는 보지 않았고 볼 생각도 없지만 작품 내에서 몹시 킹왕짱스러운 존재로 등장한다는 후타바였는데 무대 위에서의 카사하라씨의 모습을 보니 대충 어떤 느낌일지 짐작은 갔다.
...피날레로는 지상의 전사를 다함께 불렀다. 지상의 전사도 좋아하는 곡이지만 다함께 불타오르기엔 조금.. 그래도 열성적으로 안무를 따라하는 팬들도 많았다.
노래가 끝난 뒤엔 무대와 객석에서 모두 함께 마에세츠 때 배웠던 摩天楼にバキューン!!
...잠시 무대가 어두웠졌다가 다시 밝아지며 앵콜곡이 시작되었다.
'ここはパラダイス'
아니 이젠 같은 공연 내에서까지 재탕을 하는 건가.. 이래선 앵콜곡이라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데. 코헤이 선생이 창작에 의욕을 잃으셨나.
작년 공연은 보지 않았기에 레뷰쇼의 느낌이 이렇다! 라고 딱 집어 말하진 못하겠지만 의외로 굉장히 좋았다.
이전과는 달리 출연진들이 자주 무대 밑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어우러지는 것도 신선한 장면이었고, 무대 곳곳에서 노력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하나씩 놓고 보면 괜찮은데 그게 따로 놀아서 조금 어수선한 느낌은 있었다.
뭔가 하나로 이어주는 게 없다보니 마지막 곡이 흘러 나올때도 '어? 끝난거야????'
별 비중도 없었던 타케다씨가 주역들을 다 제끼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는 것은 뉴욕레뷰쇼가 앞으로 극복해가야 할 부분이다.
사쿠라와 에리카의 영상출연도 보는 입장에선 좋았지만 좀 더 뉴욕 멤버들을 믿어줘도 좋지 않을까.
부디 내년의 3회 레뷰쇼 때 요코야마씨가 파마를 풀고 다시 출연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막이 내리기 전 서니사이드가 환한 표정으로 소식을 전했다.
'새로운 서프라이즈입니다. 여러분,
태풍이 비껴갔습니다!!'
....만세ㅜㅜ
밖으로 나와보니 정말로 비가 그쳐서 하늘은 잠잠했다. 할거 다하고 나니까 이제서야 그치는거냐..
아무튼 비도 그쳤고 레뷰쇼 관람 기념으로 사진이나 찍으려고 했는데 장소가 좀 묘해서 마땅히 사진 찍을 장소가 없었다. 코스플레이어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별수없이 건물 사진만 몇장 찍다가 우리는 청년관을 떠났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한산한 청년관 입구
이쪽은 오후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후에는 정우형과 함께 아키하바라(秋葉原)에 갈 예정이라 전철을 타러 센다가야역으로 향했다.
가다가 어디서 잠깐 골목 하나를 잘못 들었는데, 얼마 안가 ↑센다가야역 이라는 표지판이 보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그 길로 걸어갔다.
그런데 올때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던 센다가야역이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친줄 알았던 비는 다시 찔끔찔끔 내리기 시작했고 방황아닌 방황이 계속되던 중 타이밍 좋게 나타난 표지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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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아니 어떻게 신주쿠(新宿)가 나올 수가 있는거지..
일부러 이렇게 돌아가라고 해도 못 가겠다.
공연이 3시쯤 끝났고 바로 청년관을 떠났지만, 잘못 들어간 골목길 하나는 나비효과가 되어 우리를 센다가야에서 15분 걸리는 아키하바라에 2시간 뒤인 5시에 도착하게 해주었다.
아키하바라에 도착하자 오늘은 일요일이었는데도 보행자천국이 실시되고 있지 않아 기대했던 길거리 공연 등은 볼 수 없었다.
정우형은 한국에서 누가 좀 사오라고 했다며 PSP 카메라를 찾아다녔는데 일본에서도 재고가 없는지 어느 매장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 밖에 정우형은 PC 엔진, 나는 새턴 CD를 찾아 게임샾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타이틀은 보이지 않아서 오늘은 그다지 소득이 없었다.
7시쯤 정우형의 친구분이 합류를 했고, 마지막으로 요도바시 카메라에 들렀다.
평소 나의 세가스포츠 시계를 탐내던(싸서..) 정우형과 시계코너에 들렀는데, 여기선 럭셔리한 시계들만 취급하는지 2만 9천원짜리 세가 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MEGA라는 브랜드는 있었다..-.-)
요도바시 카메라를 나와서는 정우형은 친구분과 또다시 술한잔 하러 간다고 하는데, 어쩌다보니 나도 거기 끼게 되어 셋이서 신오쿠보로 향했다.
모로 가도 아키하바라만 가면 OK
역 앞의 아가씨에게 시선집중. Oh Cute~
메이드는 언제 가도 빠지질 않는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중
와 나노하다.
잠시 쉬어가려고 들른 맥도날드에서.
아키하바라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아키바 인기짱(프로필에 그렇게 써있음) 사쿠아(さくあ)씨.
취미는 과자 만들기. 특기는 댄스, 성악, 발레
그라비아, 드라마, 라디오 등지에서 활약
....하고 싶다고.
91-60-91의 나이스 Body~~
신오쿠보의 한 한국술집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1차, 그 뒤 장소를 옮겨 '와라와라(笑笑)' 라는 술집에서 2차로 맥주를 마시며 일얘기 일본얘기 인생얘기를 하는 동안 시간은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평소 주당으로 소문난 정우형 못지않게 친구분의 주량 역시 막강했는데, 나도 어떻게 페이스를 맞춰보려 했지만 술을 물처럼 마셔대는 두사람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술집을 나설 무렵 난 이미 개나리 스텝을 밟으며 비틀대고 있었다.
정우형과는 내일 12시에 태정낭만당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원룸으로 향했는데, 술기운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원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간신히 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걸어가면서 뭐라고 노래도 불렀던 것 같은데.. 지상의 전사였나-.-
故 이수현씨와 세키네 시로씨의 추모비. 신오쿠보에 있다는 건 알았는데 오늘 처음 보았다.
정우형
곤잘레스
원룸에 도착하자 김군은 밤중에 어디 갔는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건 전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고, 나는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자마자 방구석에 구겨지듯 쳐박혀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악 머리가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