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였습니다.
물론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주중에는 타지생활을 하느라 바깥구경을 전혀 못하는 상황이, 이번 주에는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몇몇 능력 좋은 녀석들은 어디선가 들고온 초콜렛으로 제 가슴에 물을 붓는데.. 크리스마스도 그렇고, 왜 성인이라 불리우는 분들은 이맘때만 되면 절 이리도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이제 와서 불만을 늘어놓아봤자 소용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미움과 울분에 찬(?) 마음을 버리고,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몇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가장 질이 나쁜 케이스입니다. 애인과 초콜렛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죠.
한가롭던 어느날, 유유자적 일본웹을 뒤적거리던 저는 별 생각없이 평소 자주 드나들던 일본 연예인 모양의 블로그에 접속했습니다. 공식적인 웹사이트가 아닌 순수한 개인블로그인지라 본인의 신변잡기식 포스팅이 주가 되는 곳이었고, 이 날의 포스팅 역시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대충 글들을 훑어본 뒤 나가려던 차에, 새 공지사항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아이돌 Check!' 란 사이트에 직접 만든 발렌타인 데이 카드를 출품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이게 무슨 소리지?' 란 생각에 아이돌 Check! 사이트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아이돌 포탈 사이트' 라고 소개하고 있는 아이돌 Check! 의 컨셉은 이러한 것이었습니다. 소속된 아이돌 배우들이 이것저것 공예나 재봉등을 익히는 과정에서 그녀들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하고, 그 배움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옥션에 출품한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낙찰금의 일부는 사이트에서 제작중인 영화의 제작비로 쓰여지기 때문에, 낙찰금액은 아이돌 한명한명의 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전 뭔가 웃기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방금 전 보았던 모양의 작품인 발렌타인 데이 카드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총 두 장의 카드를 출품했는데, 하나는 막 경매가 끝나가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재밌겠는걸, 나도 한번 입찰이나 해볼까?' 라는 생각이 화근이었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진심은 아니라서, 부담없는 금액으로 한번 찔러본 뒤 안되면 바로 빠질 작정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경매대행 사이트 '애니유니드' 에서 날아온 답변은 절 맥빠지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야후 옥션 외에는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아이돌 Check! 에서 출품하는 물건들은 야후가 아닌 라이브도어 옥션을 통해서였던 것입니다. 라이브도어라면 예전에 라쿠텐(樂天)과 프로야구팀 창설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곳이라는 것과, 호리에 타카후미(堀江貴文) 사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 밖에는 모르는 저였기에 애니유니드에 문의했던 것이었는데 저런 답변을 받으니 망연할 따름이었습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걸. 돈이 없어서 낙찰받지 못하는 건 어쩔수 없습니다. 하지만 입찰조차 못해보고 물러서야한다니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오기가 끓어올랐습니다. '이 발렌타인 데이 카드, 다른 놈들한테는 절대로 못 넘긴다..' 장난삼아 입찰해보려 했던 경매가 이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으로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강방호님께 SOS를 날렸습니다. 방호님의 해박한 지식이라면, 라이브도어 옥션을 대행하는 사이트도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것은 틀리지 않아, 방호님은 제게 올인재팬(
http://allinjapan.com)이라는 사이트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또한 방호님 본인도 이 사이트를 이용해 본 적은 없기때문에 제가 스스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조언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전 이미 눈이 반쯤 뒤집힌 상태라서 모르모트든 방가방가 햄토리든 상관없다는 기세였습니다.
제가 입찰문제로 머리를 싸매던 며칠 동안 경매는 꽤나 진행이 되어 혼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sam1953이라는 아저씨가 1위를 고수하고 있었는데, 당시 최고입찰금액은 10500엔이었습니다. (이 sam1953 아저씨는 대단한 재력가인듯 해서 모양의 발렌타인 데이 카드 뿐이 아닌, 10여종이 넘는 아이돌 Check! 에서 출품한 거의 모든 상품에 입찰해둔 상태였습니다 ㅡㅡ;)
전 이 아수라장을 향해 한번 씨익 웃어준 뒤, 입찰금액을 써넣었습니다.
20000엔. 그리고 게임은 끝났습니다.(실제로는 자동입찰제에 의해 10600엔에 낙찰)
전 승리한 것입니다.

Happy Valentine Day
1년에 한번 있는 특별한 날♡
마음을 담뿍 담아♡
멋진 카드를 만들었어요♡
소중한 당신에게
최고의 한때를♡
보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