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돌아다녀 놓고도 새벽에 눈이 뜨였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조금 넘어있다.
당장 나갈 일도 없고 해서 다시 드러누웠지만 왜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TV를 틀어놓고 별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9시쯤 스미레형이 일어났고, 슬슬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민박집 주위의 모습. 스가모는 노인들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조용한 동네다.
전철을 타고 아키하바라(秋葉原)로 향했다.
아키하바라라면 말이 필요없는-과장 좀 보태서-게임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필수로 들러야할 성지(聖地)이며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악마의 소굴과도 같은 곳.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 역시 이곳을 피해갈수는 없었다.
10시가 넘어서 아키하바라에 도착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들이 많았다. 아침부터 스미레형에게 빨리 좀 일어나라고 재촉했던 것에 대해 살짝 미안함을 느끼면서(난 7시부터 스미레형을 깨웠다) 몇 발자국 걸어나가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가요쇼도 보러가야 되는데 아침부터 비에 젖을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근처의 게임센터로 피신해 들어갔다.
이곳에서 스미레형은 일본의 게이머들과 각종 대전게임들로 승부를 벌이며 국위선양에 힘썼지만, 게임실력이 형편없는 나는 마땅히 할 게임이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새턴으로 질리도록 즐겼던 하나구미 대전 컬럼스를 발견했다. 이 게임이라면 자신있다.
1스테이지에서 게임오버 당했다..흐흑ㅠㅠ

이제 비디오 게임의 시대는 갔다. 신개념 게임문화를 이끌어갈 비더오 게임

아이리스의 방어력을 믿고 방어만 하다 공격은 한번도 못해보고 게임오버-_-
게임센터에서 나오니 비도 그쳤고, 대부분의 매장들이 영업을 시작해서 본격적인 아키하바라 탐사(?)를 시작했다. 스미레형이나 나나 딱히 구하려 하는 소프트 등은 없었기 때문에 좀더 맘 편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리버티에서 매장 안을 돌아보던 중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고 진열되어 있던 게임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억 뭐지 이곳에도 드디어 알카에다의 마수가..!' '평소에 착하게 살걸' 등의 황당한 생각이 머리속을 메우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이나 점원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 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지진에 우리는 흔들림이 멎은 뒤에도 한동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는데, 일본인들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듯 했다.

리버티에서. 드캐나 새턴은 물론 패미컴도 취급하고 있다.

광속의 속도로 소바를 먹고 있는 Holy. 아키하바라의 소바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시간이 좀 더 남으면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도쿄돔 등지를 가볼까 했는데, 시간도 애매했고, 무엇보다 가요쇼 시간에 늦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아키하바라에 좀 더 머무르다 후생연금회관이 있는 신주쿠(新宿)로 향했다.
신주쿠에 도착하자마자 코인락커를 찾았다. 아키하바라에서 딱히 찾는 물건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곧 지출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는 양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넓디넓은 신주쿠 역에서 코인락커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간신히 발견한 코인락커에 이날 산 소프트 등을 쑤셔박다시피한 우리는 곧 후생연금회관으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한정거장 거리인 신주쿠 산쵸메(三丁目)역이 회관과 가장 가깝긴 하지만, 공연시간인 6시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그렇게 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신주쿠에서
지도와 표지판들을 살피며 20분쯤 걸어가니 저편에서 후생연금회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들뜬 기분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한 여자아이가 뒤에서 쫒아오더니 무언가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헉, 이것은 가요쇼 티켓이 아닌가. 좋다고 덤벙대다가 떨어뜨린 것이 분명했다. 당혹과 안도에 황망해하고 있는 동안, 여자아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쪼르르 달려가 버렸다.
만약 티켓을 흘린 줄도 모르고 그대로 극장에 도착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미 출발도 하기전에 티켓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우리에게 신의 가호라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자리에서 뒤늦게나마 그 꼬마 숙녀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녀석이 날 몇번이나 울리고 웃겼던가..
회관에 들어서니 개관 시간인 5시가 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대부분 극장 안으로 들어가 있었고, 일부는 밖에서 사진촬영 등을 하고 있었다. 이미 출연진들의 악수회는 끝난듯 했다.ㅠㅠ 어쩔수 없이 우리도 회관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 안으로 들어갔다.

2년만에 다시 찾은 후생연금회관

회관 주위의 모습
극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차 있었다. 정말 내가 이 공연 티켓을 어떻게 구했나 싶을 정도였다. 당일권을 구하러 온 사람들도 상당했는데, 아마 그중 반도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자리를 확인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줄이 가득 늘어서 있어서 한참 뒤에야 차례가 돌아와 몇가지 상품들과 브로마이드를 구입했다. 니시하라씨의 평상복과 공연의상 브로마이드 외에도 삼인랑의 브로마이드를 사려고 했으나 이미 품절이었고, 스미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점에서 구입한 것들. 원래 하나씩 올리려 했는데 좀처럼 원하는 사진이 나오질 않아서 2시간 동안 삽질하다 결국 전체샷만 올립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국화격단 루프타입 휴대폰 스트랩, 신파랑새 프로젝터 키홀더, 니시하라 쿠미코씨 브로마이드(평상복, 공연의상), 제국화격단 트럼프, 신파랑새 오르골, 신파랑새 기념공연 수건, 삼인랑+오오가미+요네다 부채, 광무ㆍ와키지 T셔츠

♡쿠미코LOVE♥~ ♥LOVE♡^^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공연시작 시간이 임박해 왔고, 야오 카즈키씨와 마츠노 타이키씨(요상한-_-분장을 했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가 객석 쪽에서 나타나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윽고 조명이 어두워지고 히로이 오지가 등장했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는데, 오늘 공연에 대만에서 온 팬들이 있다며 반가워 했다. '韓國からも來ました!'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히로이 오지는 언제나처럼 나카지마 아저씨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퇴장했고, 드디어 2005년 제 9회 슈퍼 가요쇼 신 파랑새의 막이 열렸다.
※여기서부터의 글은 가요쇼의 내용이나 스토리보다는 인상 깊었던 장면등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이 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수 있습니다.
...토미자와 미치에, 스미레가 등장했다!
극장 안은 난리가 났다. 토미자와씨에 대한 관객들의 충성도는 엄청난 것이서 곳곳에서 '스미레사마!!' 가 울려퍼졌다.(나도)
비록 게스트 형식의 참여였기에 등장 빈도는 타 출연진들보다 적었지만, 이날 공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은 주연인 니시하라씨와 이쿠라 카즈에씨도 아니고 영원한 히로인 사쿠라도 아닌 토미자와 미치에씨였다. 센터 스팟. 노래 제목 그대로였다. 왜 이제서야 돌아오신 건지.. 당신은 지금도 너무 멋진데!
...이날 공연에서 토미자와씨 못지않은 환호를 받은 이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제극삼인랑이었다. 이번 가요쇼는 날짜별로 각각 다른 스페셜 게스트가 등장했는데 13~14일은 소노오카 신타로씨(댄디보스), 16~18일은 오카무라 아케미씨, 마스다 유키씨, 히카미 쿄코씨(삼인랑), 19~20일은 고오리 다이스케씨(요기히코) 순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삼인랑이 등장하는 날이었다. 관객들은 말그대로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닌'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듯 했다.
...이번에 첫 등장하신 요네다 역의 이케다 마사루씨는 이런 분이 왜 지금까지 출연하지 않으셨을까 싶을 정도의 나이스 캐스팅. 아무런 부연설명없이도 그가 前육군중장 요네다 잇키라는 사실을 알수 있을 만큼 게임상에서 보여준 인품과 카리스마를 변함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귀축소년님의 지적으로 수정합니다. 이케다 마사루 씨의 첫 가요쇼 출연은 2002년의 '신편 팔견전' 입니다.)
...출산 문제로 이번 공연에는 불참하신 후치자키 유리코씨는 영상으로만 등장했다. 뉴욕화격단을 돕기 위해 미국에 가있다는 설정이었는데, 굳이 이런 설정을 집어넣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타이가 신지로 역의 스가누마 히사요시씨와 함께 등장한 것이다. 어째 스야마 아키오씨보다 더 나이들어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었지만.. 이것이 뉴욕화격단 멤버들의 새로운 가요쇼를 암시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신지로의 '摩天樓にバキュン!(마텐로니 바큥!)' 이라는 대사였는데 우리에게는 '바큥'이 'F**K YOU'로 들려서 우리 둘만 웃고 말았다.
...그동안 가요쇼에서 별 비중이 없었던 오오가미역의 스야마 아키오씨는 이번 공연에서 대활약! 공연 전부터 포스터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는데, 과연 하나구미 대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초반 멋들어지게 불러제끼는 '見よ暁に' 를 시작으로 2막에서는 사쿠라와 합체 필살기까지 쓰는데.. 신지로와는 다른 연륜이 느껴지는 모습.
...요코야마 치사씨의 아크로바틱 액션은 올해도 건재. 이제는 뭐 당연하다는 듯이 공중에서 휭 돌아 내려오는 모습에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공중동작에 위화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이쯤되면 가히 성우계의 이연걸(?)이라 할수 있을 것 같다.
...'신 파랑새'의 구성은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중 공연의 비중은 1막과 2막에 집중되어 있고, 정작 본공연인 3막 '신파랑새'는 꽤 단촐(?)하게 진행된다. 요근래 가요쇼에 빠지지않던 와이어는 없다, 스턴트는 거부한다, CG는 가라 .....이게 아니잖아!! 아, 아무튼 화려한 효과없이 1,2막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만 한정되어 있다.
'신서유기' 나 '신보물섬' 등이 1막과 2막이 동등한 비중으로 각각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었다면, '신파랑새'는 1막에서 갖게된 의문을 2막의 사건과 3막의 공연을 통해 비로소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파랑새' 답다고 할까.
...1막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지난뒤, 객석 어딘가에서 'パンフレットはいかがですか~'(팜프렛또와 이카가데스카-팜플렛은 어떠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오카무라 아케미씨, 마스다 유키씨, 히카미 쿄코씨가 객석을 누비고 있었다. 삼인랑이 직접 팜플렛 판매에 나선 것이다. 팜플렛은 가요쇼 상품들 중에서도 재고가 남는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안살수 있을까. 팜플렛은 당연하다는듯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마지막 하나 남은 팜플렛을 놓고 경쟁이 붙어서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가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2년전 '신보물섬'을 2층 S석에서 보았고 무대가 멀리서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조금 무리를 해서 1층 S석으로 예약했다. 결과는 대만족! 비록 자리가 가장자리 쪽이었고 앞사람의 머리에 가리기도 했지만 생동감이라는 부분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관객들의 호응도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2층에서는 게키테이때도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층은 틈만 나면 '待ってました!!' 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쳐대느라 더욱 달아올랐다. 다음 공연때는 반드시 SS석을 예약하고 말겠다.
게키테이를 끝으로 장장 4시간에 걸친 가요쇼는 막을 내렸다. 사실 후치자키씨의 불참, 소노오카 신타로씨의 레귤러 제외 등 시작도 하기 전부터 조바심 나게 했던 가요쇼였기에, 과연 올해의 무대는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예전과 전혀 손색없는, 오히려 초월한 공연이었다. 사쿠라대전 만세!!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내년의 가요쇼를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라지만 기다린다고 다시 볼수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다. 일본인들이야 그냥 때가 되면 와서 즐기면 되겠지만 이쪽의 사정은 또 다르니.. 스미레형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리는 극장이 텅 빌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밤이 깊은 뒤라 코스프레 한분들은 찾기 힘들었지만 한컷!

이 분은 2년전 신보물섬 때도 사진을 찍은 바 있는데.. 가요쇼 골수팬이신듯.

돌아오는 길에. 도쿄 최고의 환락가 가부키쵸.
이날은 가요쇼 이후의 일정이 없었기에, 일찍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예상외의 긴 공연시간 때문에 민박에 도착하니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가요쇼의 감동과 흥분, 아쉬움.. 또 이유모를 고민과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당장 나갈 일도 없고 해서 다시 드러누웠지만 왜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TV를 틀어놓고 별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9시쯤 스미레형이 일어났고, 슬슬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민박집 주위의 모습. 스가모는 노인들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조용한 동네다.
이어지는 내용
전철을 타고 아키하바라(秋葉原)로 향했다.
아키하바라라면 말이 필요없는-과장 좀 보태서-게임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필수로 들러야할 성지(聖地)이며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악마의 소굴과도 같은 곳.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 역시 이곳을 피해갈수는 없었다.
10시가 넘어서 아키하바라에 도착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들이 많았다. 아침부터 스미레형에게 빨리 좀 일어나라고 재촉했던 것에 대해 살짝 미안함을 느끼면서(난 7시부터 스미레형을 깨웠다) 몇 발자국 걸어나가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가요쇼도 보러가야 되는데 아침부터 비에 젖을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근처의 게임센터로 피신해 들어갔다.
이곳에서 스미레형은 일본의 게이머들과 각종 대전게임들로 승부를 벌이며 국위선양에 힘썼지만, 게임실력이 형편없는 나는 마땅히 할 게임이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새턴으로 질리도록 즐겼던 하나구미 대전 컬럼스를 발견했다. 이 게임이라면 자신있다.
1스테이지에서 게임오버 당했다..흐흑ㅠㅠ
이제 비디오 게임의 시대는 갔다. 신개념 게임문화를 이끌어갈 비더오 게임
아이리스의 방어력을 믿고 방어만 하다 공격은 한번도 못해보고 게임오버-_-
게임센터에서 나오니 비도 그쳤고, 대부분의 매장들이 영업을 시작해서 본격적인 아키하바라 탐사(?)를 시작했다. 스미레형이나 나나 딱히 구하려 하는 소프트 등은 없었기 때문에 좀더 맘 편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소프맙에 걸려있던 사쿠라대전 5의 대형 광고. 하지만 중고로 풀린 매물도 상당히 많았다.
트레이더 3호점에서
리버티에서 매장 안을 돌아보던 중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고 진열되어 있던 게임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억 뭐지 이곳에도 드디어 알카에다의 마수가..!' '평소에 착하게 살걸' 등의 황당한 생각이 머리속을 메우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이나 점원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 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지진에 우리는 흔들림이 멎은 뒤에도 한동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는데, 일본인들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듯 했다.
리버티에서. 드캐나 새턴은 물론 패미컴도 취급하고 있다.
광속의 속도로 소바를 먹고 있는 Holy. 아키하바라의 소바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시간이 좀 더 남으면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도쿄돔 등지를 가볼까 했는데, 시간도 애매했고, 무엇보다 가요쇼 시간에 늦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아키하바라에 좀 더 머무르다 후생연금회관이 있는 신주쿠(新宿)로 향했다.
신주쿠에 도착하자마자 코인락커를 찾았다. 아키하바라에서 딱히 찾는 물건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곧 지출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는 양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넓디넓은 신주쿠 역에서 코인락커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간신히 발견한 코인락커에 이날 산 소프트 등을 쑤셔박다시피한 우리는 곧 후생연금회관으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한정거장 거리인 신주쿠 산쵸메(三丁目)역이 회관과 가장 가깝긴 하지만, 공연시간인 6시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그렇게 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신주쿠에서
지도와 표지판들을 살피며 20분쯤 걸어가니 저편에서 후생연금회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들뜬 기분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한 여자아이가 뒤에서 쫒아오더니 무언가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헉, 이것은 가요쇼 티켓이 아닌가. 좋다고 덤벙대다가 떨어뜨린 것이 분명했다. 당혹과 안도에 황망해하고 있는 동안, 여자아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쪼르르 달려가 버렸다.
만약 티켓을 흘린 줄도 모르고 그대로 극장에 도착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미 출발도 하기전에 티켓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우리에게 신의 가호라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자리에서 뒤늦게나마 그 꼬마 숙녀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녀석이 날 몇번이나 울리고 웃겼던가..
회관에 들어서니 개관 시간인 5시가 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대부분 극장 안으로 들어가 있었고, 일부는 밖에서 사진촬영 등을 하고 있었다. 이미 출연진들의 악수회는 끝난듯 했다.ㅠㅠ 어쩔수 없이 우리도 회관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 안으로 들어갔다.
2년만에 다시 찾은 후생연금회관
회관 주위의 모습
극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차 있었다. 정말 내가 이 공연 티켓을 어떻게 구했나 싶을 정도였다. 당일권을 구하러 온 사람들도 상당했는데, 아마 그중 반도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자리를 확인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줄이 가득 늘어서 있어서 한참 뒤에야 차례가 돌아와 몇가지 상품들과 브로마이드를 구입했다. 니시하라씨의 평상복과 공연의상 브로마이드 외에도 삼인랑의 브로마이드를 사려고 했으나 이미 품절이었고, 스미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점에서 구입한 것들. 원래 하나씩 올리려 했는데 좀처럼 원하는 사진이 나오질 않아서 2시간 동안 삽질하다 결국 전체샷만 올립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국화격단 루프타입 휴대폰 스트랩, 신파랑새 프로젝터 키홀더, 니시하라 쿠미코씨 브로마이드(평상복, 공연의상), 제국화격단 트럼프, 신파랑새 오르골, 신파랑새 기념공연 수건, 삼인랑+오오가미+요네다 부채, 광무ㆍ와키지 T셔츠
♡쿠미코LOVE♥~ ♥LOVE♡^^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공연시작 시간이 임박해 왔고, 야오 카즈키씨와 마츠노 타이키씨(요상한-_-분장을 했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가 객석 쪽에서 나타나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윽고 조명이 어두워지고 히로이 오지가 등장했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는데, 오늘 공연에 대만에서 온 팬들이 있다며 반가워 했다. '韓國からも來ました!'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히로이 오지는 언제나처럼 나카지마 아저씨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퇴장했고, 드디어 2005년 제 9회 슈퍼 가요쇼 신 파랑새의 막이 열렸다.
※여기서부터의 글은 가요쇼의 내용이나 스토리보다는 인상 깊었던 장면등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이 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수 있습니다.
...토미자와 미치에, 스미레가 등장했다!
극장 안은 난리가 났다. 토미자와씨에 대한 관객들의 충성도는 엄청난 것이서 곳곳에서 '스미레사마!!' 가 울려퍼졌다.(나도)
비록 게스트 형식의 참여였기에 등장 빈도는 타 출연진들보다 적었지만, 이날 공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은 주연인 니시하라씨와 이쿠라 카즈에씨도 아니고 영원한 히로인 사쿠라도 아닌 토미자와 미치에씨였다. 센터 스팟. 노래 제목 그대로였다. 왜 이제서야 돌아오신 건지.. 당신은 지금도 너무 멋진데!
...이날 공연에서 토미자와씨 못지않은 환호를 받은 이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제극삼인랑이었다. 이번 가요쇼는 날짜별로 각각 다른 스페셜 게스트가 등장했는데 13~14일은 소노오카 신타로씨(댄디보스), 16~18일은 오카무라 아케미씨, 마스다 유키씨, 히카미 쿄코씨(삼인랑), 19~20일은 고오리 다이스케씨(요기히코) 순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삼인랑이 등장하는 날이었다. 관객들은 말그대로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닌'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듯 했다.
...
...출산 문제로 이번 공연에는 불참하신 후치자키 유리코씨는 영상으로만 등장했다. 뉴욕화격단을 돕기 위해 미국에 가있다는 설정이었는데, 굳이 이런 설정을 집어넣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타이가 신지로 역의 스가누마 히사요시씨와 함께 등장한 것이다. 어째 스야마 아키오씨보다 더 나이들어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었지만.. 이것이 뉴욕화격단 멤버들의 새로운 가요쇼를 암시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신지로의 '摩天樓にバキュン!(마텐로니 바큥!)' 이라는 대사였는데 우리에게는 '바큥'이 'F**K YOU'로 들려서 우리 둘만 웃고 말았다.
...그동안 가요쇼에서 별 비중이 없었던 오오가미역의 스야마 아키오씨는 이번 공연에서 대활약! 공연 전부터 포스터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는데, 과연 하나구미 대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초반 멋들어지게 불러제끼는 '見よ暁に' 를 시작으로 2막에서는 사쿠라와 합체 필살기까지 쓰는데.. 신지로와는 다른 연륜이 느껴지는 모습.
...요코야마 치사씨의 아크로바틱 액션은 올해도 건재. 이제는 뭐 당연하다는 듯이 공중에서 휭 돌아 내려오는 모습에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공중동작에 위화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이쯤되면 가히 성우계의 이연걸(?)이라 할수 있을 것 같다.
...'신 파랑새'의 구성은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중 공연의 비중은 1막과 2막에 집중되어 있고, 정작 본공연인 3막 '신파랑새'는 꽤 단촐(?)하게 진행된다. 요근래 가요쇼에 빠지지않던 와이어는 없다, 스턴트는 거부한다, CG는 가라 .....이게 아니잖아!! 아, 아무튼 화려한 효과없이 1,2막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만 한정되어 있다.
'신서유기' 나 '신보물섬' 등이 1막과 2막이 동등한 비중으로 각각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었다면, '신파랑새'는 1막에서 갖게된 의문을 2막의 사건과 3막의 공연을 통해 비로소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파랑새' 답다고 할까.
...1막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지난뒤, 객석 어딘가에서 'パンフレットはいかがですか~'(팜프렛또와 이카가데스카-팜플렛은 어떠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오카무라 아케미씨, 마스다 유키씨, 히카미 쿄코씨가 객석을 누비고 있었다. 삼인랑이 직접 팜플렛 판매에 나선 것이다. 팜플렛은 가요쇼 상품들 중에서도 재고가 남는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안살수 있을까. 팜플렛은 당연하다는듯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마지막 하나 남은 팜플렛을 놓고 경쟁이 붙어서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가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2년전 '신보물섬'을 2층 S석에서 보았고 무대가 멀리서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조금 무리를 해서 1층 S석으로 예약했다. 결과는 대만족! 비록 자리가 가장자리 쪽이었고 앞사람의 머리에 가리기도 했지만 생동감이라는 부분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관객들의 호응도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2층에서는 게키테이때도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층은 틈만 나면 '待ってました!!' 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쳐대느라 더욱 달아올랐다. 다음 공연때는 반드시 SS석을 예약하고 말겠다.
게키테이를 끝으로 장장 4시간에 걸친 가요쇼는 막을 내렸다. 사실 후치자키씨의 불참, 소노오카 신타로씨의 레귤러 제외 등 시작도 하기 전부터 조바심 나게 했던 가요쇼였기에, 과연 올해의 무대는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예전과 전혀 손색없는, 오히려 초월한 공연이었다. 사쿠라대전 만세!!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내년의 가요쇼를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라지만 기다린다고 다시 볼수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다. 일본인들이야 그냥 때가 되면 와서 즐기면 되겠지만 이쪽의 사정은 또 다르니.. 스미레형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리는 극장이 텅 빌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밤이 깊은 뒤라 코스프레 한분들은 찾기 힘들었지만 한컷!
이 분은 2년전 신보물섬 때도 사진을 찍은 바 있는데.. 가요쇼 골수팬이신듯.
돌아오는 길에. 도쿄 최고의 환락가 가부키쵸.
이날은 가요쇼 이후의 일정이 없었기에, 일찍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예상외의 긴 공연시간 때문에 민박에 도착하니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가요쇼의 감동과 흥분, 아쉬움.. 또 이유모를 고민과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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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NZAL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