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농구를 좋아합니다.
특히 NBA를 즐겨보는데 그 중에서도 뉴욕 닉스의 열렬한 팬입니다.
닉스를 본격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한 때가 중학교 2학년인 1995년이니 햇수로도 벌써 13년째로군요.
친구들이 마이클 조던의 화려한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을 때, 패트릭 유잉을 앞세운 타이트한 수비와 끈끈한 팀 컬러를 보여준 닉스에 저는 푹 빠져 있었습니다.
비록 조던과 불스의 벽에 번번히 가로막혀 챔피언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불스에게 있어서도 우승으로 향하는 최대의 고비는 바로 닉스였죠. 당시 닉스가 보여준 투지와 파이팅은 여전히 저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조던을 막아섰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조던의 페이크 모션에 속아 넘어지면서도 시선만은 그를 놓아주지 않던 선수가요. 그 결과가 항상 패배일지라도 말이죠.
뜨거운 가슴의 사나이 존 스탁스. 그가 지난주 한국을 찾았습니다.
사실 처음 스탁스의 방한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반신반의였습니다. 엄청난 스타플레이어도 아니였고, 더군다나 은퇴한지 수년이 지난 스탁스가 한국에 오는 건 NBA 홍보차원에서도 별 도움이 안될텐데..
작년에 방한했던 NBA의 레젠드 플레이어 클라이드 드렉슬러 역시 썰렁한 팬싸인회장의 굴욕을 겪었다는 소문을 들은지라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가 지나면 다시는 스탁스를 직접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현역도 아닌 그가 다시 한국에 올 일도 없을테고, 90년대 닉스의 살아있는 역사와 만날 수 있는 최초이자 최후의 기회인 것입니다. (유잉이나 찰스 오클리가 방한한다면 또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카림 압둘 자바가 현역 복귀할 확률보다 낮아보입니다.) 아무도 안오면 어때 내가 가면 되지!! 라고 외치며 저는 일요일(5日) 행사장이었던 코엑스로 향했습니다.
12시 30분 쯤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 도착하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꽤 많았습니다. 사실 스탁스의 단독 방한은 아니었고 NBA의 아시아 홍보차원에서 열리는 NBA MADNESS라는 행사의 일환으로 함께 참석한 것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비인기 종목이 되어버린 농구의 매니아층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광장에 설치된 농구 코트에서는 아마추어 동아리들의 농구 시합이 펼쳐지고 있었고, 두어 경기가 끝나고 나니 드디어 사회자(?)의 소개 멘트와 함께 스탁스가 등장했습니다.
이미 2002년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스탁스였지만, 여전히 군살없는 몸과 동안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슛과 수비로 명성을 떨친 그답게 그 두가지를 전수하는 클리닉 시간을 가졌는데, 계속 바스켓과 거리를 벌려가며 한손으로 슈팅을 성공시키는 모습에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약 30분 가량의 농구 클리닉 후(물론 저는 구경만 했습니다만) 드디어 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팬싸인회의 시간. 싸인회 대열이 어딘가 두리번 거리던 저에게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 팬싸인회는 D모 피자의 뭐시기 메뉴를 드시고 이벤트에 응모하신 분들 중
당첨되신 분만이 참여할 수 있는 아주 뜻깊은 자리입니다!'
......헉
너 이새퀴 그것도 몰랐냐??
8월 5일~6일 이틀간 펼쳐진 행사 일정은 꽤나 빡빡했기 때문에 스탁스의 팬싸인회에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사실쯤은 알아야 했습니다.
싸인을 받기 위해 그가 표지에 나왔던 NBA LIVE 95의 패키지를 가져왔었지만 이젠 소용이 없었죠. 결국 저는 선택받은(?) 자들이 스탁스에게 싸인을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 뒤로도 치어리더들과 마스코트의 공연 등의 이벤트가 있었지만, 다른 약속도 있고 해서 도중에 돌아왔습니다.
. . .
눈 한번 마주치지 못했지만, 제눈으로 직접 본 스탁스는 여전히 뜨거운 남자였습니다.
형식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클리닉에서도 나이를 잊은 채 한명한명 일일히 몸으로 부딪쳐가며 픽앤롤을 전수해주는 모습이나(그는 한국나이로 마흔 네살입니다), 긴장한 나머지 에어볼을 연발하는 참가자들에게 굳샷! 나이스 폼! 을 외치며 기운을 복돋아 주는 그의 모습은 제가 좋아하던 닉스 시절 그대로였습니다.
싸인을 받지 못한 건 역시 아쉽지만, 어차피 추첨에서 당첨될 확률은 높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보면 또 홀가분하기도 하네요. 단지 그가 와준 것만으로도 저는 기쁩니다.
Thank You John
※그날 찍었던 사진 모음입니다.
코트 위로 모습을 나타낸 스탁스.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ㅜㅜ
여전히 미끈한 다리. 저 발목을 보십시오 >.<
슈팅 라인에 서서
슛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역 때도 동안으로 유명했는데 40대가 됐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이드 스텝을 전수하는 중. 공격수를 따라다닐때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지말고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네가 그러고있는 동안 드웨인 웨이드는 이미 덩크를 꽂을 것이다'
픽앤롤 교육. 한명한명씩 코치해 주는 성의에 감동.
팬싸인회장에서. 그림의 떡이군요ㅜㅜ